우리 학교 컴퓨터 공학부에서는 매년 프로그램 전시회라는 대회를 연다.
이름이 전시회지 사실 공모전에 가까운 이 대회는 신청된 작품들을 학교 축제 기간에 전시하고 축제가 끝난 후 교수님들의 심사를 통해 1, 2, 3등에게 상을 주는 학과 내 대회이다.
시작한지 몇년 되지 않은 (내가 알고 있기로는 10년이 약간 안된다.) 대회인데 최근 몇 년간 대회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입상의 문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사실 별것없는 학과 내 대회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상금이 있는 만큼 나름 경쟁이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회 결과 발표가 끝난 후 모 선배가 프로그램 전시회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xx학번 xxx입니다.평가 방법을 다양하게 하자는건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이질감', '괴리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도 이번 전시회 때 하나 냈었습니다.
워낙 간단한 거라서 2학년만 돼도 금방 짤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보시고 이게 뭐냐고 불평한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프로그램 전시회라는것의 취지는 무엇인지, 누굴 위한 전시회인지 말입니다.
태권도 학원이 있는데 하루는 겨루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태극권, 권투, 취권이 난무합니다.
소위 좀 한다는 애들 때문에 순진한 태권도 연습생들은 기가 죽_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지 않았을까요.
프로그램 출품한 사람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전시회를 통해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고 낙담할 후배들이 안타깝습니다.
켄트 벡은 어느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밍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동작하는 작은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만들어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링크를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겠네요;;)
하지만 전시회는 크고 묵직하고 뭔가 쌈박한 것이 좋다고 암암리에 종용하는 느낌입니다.
그럼 어쩌라는 걸까요.
저는 전시회에서 수상의 기준을 다변화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교육기관이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한명의 승자와 수백명의 패배자를 양성하는 곳이 됩니다.
그럼으로써 계층이 형성되고 부류가 나눠집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맘에는 안들지만 학교 행정을 즉각 변화시킬 수 없으니 우리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컴퓨터공학은 정말 다양하고 심오한 분야입니다. 생각해보면 분류는 많습니다.
버그프리 프로그램 상
나이스 설계 상
좋은 냄새 코드 상
반짝반짝 아이디어 상
예쁜 UI 상
휘둥그레 신기술 상
등등
이러한 것들을 학년별로 나눠서 평가할 수도 있구요
이렇게 한다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거인 같은 프로그램은 노력상 정도의 가벼운 수상을 하겠죠. 그것을 보는 새내기, 저학년들에게 이유없는 이질감, 괴리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참여하라고 호소하는 전시회가 아니라 전시할 컴퓨터가 모자라 행복한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
보다 이상적인 전시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나 또한 프로그램 전시회 수상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비록 별것 아니지만 여러 동기, 후배들이 이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참여해왔다.
자기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별의 별 상을 다 받으면서 그저 그런 전시회, 축제를 즐기는 것도 이 대회에 참여하는 한 방법이겠지만, 여러 수준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열의를 느끼고 꿈을 품는 그런 전시회도 좋지 않을까?
저 글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한명의 승자와 수백명의 패배자가 생긴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두번 실패했다고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패배자는 이러한 실패로 낙담하고, 열의를 잃고, 노력하지 않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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