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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이라는 유명한 RPG게임이 있다. 매우 높은 자유도와 현실감때문에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북미에서는 발매되었다 하면 최고의 게임으로 뽑히는 그런 작품이다. (현재 게임스팟에서 6개월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게임이 PC로 나왔을 때(오블리비언은 멀티 플랫폼이기 때문에 X-BOX, PS로도 나와있다.)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되었지만, 당췌 게임을 끌수가 없었다. 왜그렇게 사람들이 최고의 RPG게임이라 칭송하는지, 게임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게임에 빠져있을 무렵 당시 일명 '오블리비언 세계'에서 겪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오블리비언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은 내가 그 세계에서 현실로의 탈출구를 찾기 힘들게 만든 사건이었다.

(에피소드는 독백으로 적었음.)

...하루는 내가 지내고 있는 마을에서 어떤 주민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사람은 내가 믿을만해 보였다고 말을 걸며, 마을에 어떤 일이 있는데 좀 도와주지 않겠냐고 한다. 나는 흔쾌히 허락했고,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어떤일인가 하니 마을의 한 경비병이 뇌물을 받고있는 것 같은데 물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경비병의 숙소로 몰래 잠입해 증거가 있는지 좀 찾아봐달라고 했다. 혹시라도 몰래 침입한 사실이 있으면 큰일이었다. 그 일이 들키면 징역이 최소 몇 개월인데다, 경비병과 싸우자니 난 상대가 안됐다. 그는 경비병의 교대 시간을 알려주며, 경비병이 나오는 시간에 잠입하면 될거라고 말해주었다.

교대 시간 즈음해서 숙소 밖에서 어슬렁 거리다 경비병이 숙소에서 나온 후 몰래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숙소안엔 아무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그의 책상에 놓여있는 의문의 편지가 보였다. 편지의 내용은 분명 뇌물을 주고받는 내용이었다. 나는 편지를 몰래 가져나와 그 마을사람에게 주었다. 그는 고맙다고 하며 이 편지를 경비대장에게 전해주겠다고 했다. 내 생각엔 아마 그 경비병은 꽤 오랜기간의 징역을 받게 될것같다.

몇달이 지난 후, 나는 다른 마을에 정착해 있었다. 어느날 늦은 새벽, 나는 어떤 사람이 몰래 부탁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를 나누기 위해 마을 으슥한 곳 바위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난 그 남자가 의뢰인인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아니었다. 남자는 갑자기 단검을 꺼내더니 나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무기는 겨우 손바닥 길이만한 단검 한자루 였고, 나에겐 정말 희귀한 검과 방패가 있었지만 마을안에서는 함부로 무기를 쓸 수가 없었다. 나는 그를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고, 저쪽에서 칼 휘두르는 남자를 보고 있던 경비병이 달려와 그를 내리쳤다. 그는 힘겹게 경비병과 싸우다 몇방에 죽었고, 나는 하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죄지은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그의 시체를 뒤져보니 한 노트가 발견되었다. 노트에는 일지같은게 적혀있었다. 대략 감옥에서 쓴 일기 같았다. 일기 몇장을 보고서야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내가 몇 달전 증거를 찾아 감옥에 집어넣은 부패한 경비병이었고, 그 일로 내게 원한을 품고 감옥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시에는 저 이야기의 한줄 한줄이 내가 실제로 겪는 일처럼 느껴졌다. 비록 게임 내의 사건이었지만 한번도 이런 구성의 게임을 본적이 없던지라(보통 다른 게임들은 퀘스트가 끝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퀘스트란것도 정말로 단순한 것들이지만.)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이것만큼의 일들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진행이 게임에서 계속되었고, 나는 게임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내가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 뿐이었다. 사실 밥도 겨우겨우 먹었다. 오블리비언에서 나오면 내가 현실에서 오블리비언 꿈을 꾼것인지, 아니면 오블리비언에서 전사였던 내가 현실의 내가 되는 꿈을 꾸는건지 구분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고, 나는 이런 나 자신에 대한 성찰에 결국 길다 긴 오블리비언 꿈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론 다신 이런 게임(현실과 구분이 힘든 게임)을 하지 않는다. 사실 요즘에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하더라도 현실 자각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을 게임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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